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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어느 룸살롱 사무실 새벽 3시. 매출 정산을 마친 나는 13년 전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던 날을 떠올렸다. 스물셋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소개받아 시작한 웨이터 일. 그때는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줄 몰랐다.
"형 나도 언젠가 사장 될 수 있을까요?"
어제 신입 웨이터가 했던 질문이 귓가에 맴돈다. 나는 뭐라 답했던가.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는 뻔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르다.
97%가 중도 포기하는 이유
유흥업계 웨이터 1000명 중 실제로 사장이 되는 사람은 30명 정도다. 3%. 이것도 후한 통계다.
왜 이렇게 확률이 낮을까? 답은 간단하다. 대부분이 버티지 못한다.
첫 3개월: 50% 탈락
- 밤낮 바뀐 생활 적응 실패
- 체력적 한계
- 가족 친구와의 관계 악화
- 기대했던 수입과 현실의 괴리
첫 1년: 추가 30% 탈락
- 반복되는 일상에 지침
- 진상 손님 스트레스
- 건강 악화 (간 손상 수면장애)
- 더 나은 기회 발견
3년차: 추가 15% 탈락
- 경제적 한계 (자본금 부족)
- 결혼 출산 등 인생 변화
- 업계 환멸
- 사업 실패 후 재기 불가
결국 3년 이상 버티는 사람은 5%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사장이 되는 건 절반 정도다.

돈이 있는 곳에 사고가 있다
이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다. 하루에 수천만 원이 오가는 곳. 현금이 대부분이던 시절엔 더했다.
2015년 겨울 나와 3년간 일했던 후배 이야기다. 매니저 담당이었는데 어느 날 TC(테이블차지) 300만 원을 들고 사라졌다. 연락두절. 나중에 들으니 도박빚 때문이었다고.
2018년 여름 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5년간 형제처럼 지낸 동료가 내 쉬는 날 대타로 일했다. 그날 매출 800만 원. 다음날 정산금을 달라고 하니 "형 죄송한데... 돈이 없어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 농담하지 마."
"진짜예요. 어제... 다 썼어요."
알고 보니 그 돈으로 명품 가방을 사서 여자친구에게 선물했다고. 결국 경찰서까지 갔지만 돈은 못 받았다.
이런 일이 특별한 게 아니다. 업계 사람 10명에게 물어보면 8명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믿을 수 있는 2%를 찾는 과정
그래서 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사람'을 알아봐야 한다.
내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 작은 돈에 대한 태도 - 만 원 십만 원을 어떻게 다루는지 본다. 작은 돈에 정직한 사람이 큰돈에도 정직하다.
- 술 마신 후 행동 - 취했을 때 본성이 나온다. 술 마시고 돈 자랑하는 사람은 위험하다.
- 가족 이야기 - 가족을 소중히 하는 사람은 대체로 믿을 만하다.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 3년 이상 경력 - 이 업계서 3년 이상 별 탈 없이 일했다면 기본은 한다는 뜻이다.
- 손님 평가 - 손님들이 "저 웨이터 괜찮네"라고 하는 사람. 손님 눈은 정확하다.
단골 손님이라는 자산
웨이터에서 실장이 되려면 필수 조건이 있다. 바로 '내 손님'이다.
- 단골 손님 10명 = 월 매출 5000만 원
- 단골 손님 30명 = 월 매출 1.5억 원
- 단골 손님 50명 = 독립 가능
문제는 이 손님을 만드는 데 최소 5년이 걸린다는 것. 그것도 재능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 경우:
- 1-2년차: 단골 0명 (그저 웨이터)
- 3-4년차: 단골 5명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
- 5-6년차: 단골 20명 (실장 제안 받음)
- 7-8년차: 단골 40명 (독립 준비)
- 9년차: 첫 가게 오픈
첫 가게의 실패
2019년 가을 드디어 내 가게를 열었다. 역삼동 지하 1층 전전세 5000만 원에 월세 500만 원.
- 첫날 매출: 50만 원
- 첫주 매출: 300만 원
- 첫달 매출: 3000만 원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 3개월 후: 월 매출 2000만 원으로 감소
- 6개월 후: 월 매출 1500만 원
- 9개월 후: 폐업
실패 원인:
- 위치 선정 실패 (골목 안쪽이라 신규 손님 없음)
- 자본금 부족 (운영자금 고갈)
- 직원 관리 실패 (믿었던 웨이터장 배신)
- 코로나19 (2020년 초 직격탄)
투자금 1억 5천만 원 전액 손실.
재기 그리고 교훈
2021년 다시 웨이터로 돌아갔다. 자존심? 사치였다. 먹고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실패의 경험이 자산이 되었다.
- 가게 운영의 실제를 알게 됨
- 돈의 흐름을 이해하게 됨
- 사람 보는 눈이 생김
- 위기 대처 능력 향상
1년 만에 실장이 되었고 2023년 두 번째 도전을 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동업이었다.
'조각'의 세계
유흥업계의 '조각'은 특별하다. 일종의 지분 투자인데 단순 투자가 아니다.
조각의 종류:
- 자본 조각: 돈만 투자 (30% 지분에 3억 정도)
- 영업 조각: 손님 라인 제공 (20% 지분)
- 운영 조각: 실무 담당 (20% 지분)
- 매니저 조각: 매니저 라인 제공 (15% 지분)
- 기타: 장소 인테리어 등 (15% 지분)
나는 '영업 조각'으로 들어갔다. 단골 50명을 데리고.

성공의 조건
2025년 현재 나는 강남의 한 룸살롱 공동대표다. 지분 35%. 월 개인 수익 3000만 원 정도.
13년 걸렸다. 그리고 이제야 말할 수 있다.
"웨이터가 사장 되는 확률 3%? 맞다. 하지만..."
하지만 그 3%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
- 시간: 최소 7년은 버텨야 한다
- 자본: 최소 2억은 있어야 한다
- 인맥: 믿을 수 있는 동료 5명
- 손님: 단골 50명 이상
- 운: 타이밍과 운도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왜'다.
왜 사장이 되고 싶은가?
돈? 인정? 권력?
대부분 '돈' 때문에 시작한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인정욕구라는 동력
인간은 인정받고 싶어 한다. 특히 한국인은 더 그렇다.
"사장님"
이 호칭 하나가 주는 무게감. 13년 전 나도 이 소리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진짜 사장이 되고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사장의 현실:
-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 직원 월급 걱정
- 매출 압박
- 세무 리스크
- 24시간 대기 상태
그래도 후회는 없다. 적어도 내 선택이었으니까.
후배들에게
"형 저도 사장 될 수 있을까요?"
이제 이렇게 답한다.
"3% 안에 들 자신 있어? 그럼 7년 버텨봐. 그때 다시 물어봐."
냉정하지만 현실이다.
100명이 시작하면:
- 50명은 3개월 안에 그만둔다
- 30명은 1년 안에 사라진다
- 15명은 3년 안에 포기한다
- 5명이 3년 이상 버틴다
- 3명이 사장에 도전한다
- 1명이 성공한다
- 2명은 실패 후 재기 불가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면 환영한다.
단 각오는 하고 와라.
이곳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은 정글이다.
약육강식의 세계.
그리고 그 정글에서 살아남은 3%만이 '사장님' 소리를 듣는다.
에필로그
오늘도 신입 웨이터가 들어왔다. 눈빛이 반짝인다. 13년 전 나처럼.
그에게 묻고 싶다.
"3%가 될 자신 있나?"
하지만 묻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답을 줄 테니까.
97%의 탈락자가 될지 3%의 성공자가 될지.
그것은 오로지 그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다.
나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13년 전 누군가 나를 지켜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