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문 그리고 깨진 선입견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다양한 업종을 분석할 기회가 많았지만 유흥업소는 늘 미지의 영역이었다. 클라이언트 접대를 위해 처음 방문하게 된 대치동의 한 하이퍼블릭.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여성으로서 느낄 불편함 그리고 비즈니스 파트너들 앞에서의 체면 등 여러 고민이 교차했다.

하지만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호텔 라운지를 연상케 하는 깔끔한 인테리어 정중한 직원들의 응대. 무엇보다 여성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고 전문적이었다. "여기 오시는 여성 손님들이 꽤 많으세요"라는 매니저의 말에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비즈니스 도구로서의 가능성
투명한 가격 구조가 주는 안정감
여성 비즈니스맨으로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명확한 정찰제 시스템이었다. 1부 16만원 2부 13만원이라는 주대 그리고 12만원의 티시. 모든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어 예산 관리가 수월했다.
실제로 팀 회식비나 접대비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런 투명성은 큰 장점이다. 법인카드 사용 시 증빙 처리도 깔끔하고 상사에게 보고할 때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얼마나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없이 계획적인 지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0시간 영업의 전략적 활용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후 3시까지라는 영업시간은 처음엔 단순히 '오래 연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활용해보니 비즈니스 측면에서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다.
해외 바이어와의 늦은 저녁 미팅 후 2차 장소로 또는 새벽 비행기를 타야 하는 파트너와의 마지막 만남 장소로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시차가 다른 해외 고객들과의 접대에서는 이런 유연성이 큰 도움이 되었다.
여성의 시선으로 본 서비스 품질
70-80명 규모가 만드는 다양성
평균 70-80명의 직원이 근무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택의 폭이 넓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다양한 연령대와 스타일의 직원들이 있어 접대하는 고객의 성향에 맞춰 세심한 매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중년 남성 고객을 접대할 때는 차분하고 품위 있는 직원을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날 때는 활발하고 트렌디한 직원을 매칭할 수 있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
여성 고객에 대한 배려
의외로 여성 고객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있었다. 여성 전용 화장실의 어메니티는 고급 호텔 수준이었고 여성 고객이 동반된 경우 더욱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성 직원들의 태도였다. 경쟁자가 아닌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대해주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했다. 오히려 여성 고객이 있을 때 더 품위 있고 절제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가성비를 넘어선 가치
ROI 관점에서
마케터로서 항상 ROI를 생각한다. 접대비 16만원으로 수억 원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이보다 효율적인 투자가 있을까?
실제로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 몇 병 마시는 비용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이곳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게다가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비즈니스 관계 구축에 큰 장점이다.
팀 빌딩 도구로서의 활용
의외로 팀 빌딩 장소로도 효과적이었다. 여성 팀원들도 포함된 마케팅팀 전체가 방문했을 때 처음엔 어색해하던 분위기가 점차 화기애애해졌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단순한 술자리가 아닌 팀의 결속력을 높이는 이벤트로 기획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변화하는 비즈니스 문화 속에서
젊은 직원들이나 거래처 담당자들과의 관계 구축에서도 이런 공간이 도움이 되었다. 딱딱한 사무실이나 격식 있는 레스토랑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했다.
특히 스타트업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이런 캐주얼한 비즈니스 미팅을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해외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각 나라마다 고유한 비즈니스 문화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한국의 이런 문화도 하나의 특색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치며: 여성 마케터로서 그리고 비즈니스 리더로서 대치동 하이퍼블릭을 경험한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 단순히 '유흥업소'라는 카테고리에 갇혀 있던 공간이 전략적 비즈니스 도구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공간이든 비즈니스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다. 투명한 가격 안정적인 운영 다양한 서비스 옵션을 갖춘 이곳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에서 시작된다. 그 신뢰를 쌓는 공간이 꼭 보드룸이나 고급 레스토랑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이런 unexpected한 공간에서 가장 genuine한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