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마담의 20대 관리법

텐카페 3층 사무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 안에서 50대 여성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CCTV 화면엔 각 룸의 실시간 상황이 보인다. 갑자기 그녀가 인터폰을 든다.

"7번 방 진아 지금 뭐해? 손님 비었잖아. 당장 올라와."

5분 후 20대 초반의 진아가 사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방금 전까지 손님 앞에서 도도하게 굴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것이 내가 웨이터 시절 목격한 50대 마담과 20대 매니저의 일상이었다.

철의 여인 김 마담의 이야기

2017년 겨울의 목격자

2017년 겨울 나는 강남의 한 텐카페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그곳의 실세는 김 마담이었다. 52살 이 바닥 경력만 25년. 그녀는 명목상 사장이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다.

매니저 50명 웨이터 20명 매출 월 10억. 이 거대한 조직을 그녀 혼자 움직였다. 아침 10시 출근 새벽 4시 퇴근. 하루 18시간을 가게에서 살았다.

"너희들이 자는 시간에도 나는 일한다. 그러니까 내 말 안 들으면 안 되는 거야."

그녀의 입버릇이었다.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는 매니저들의 출퇴근 시간 테이블 로테이션 매출 심지어 생리 주기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경험과 시스템의 완벽한 결합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경험 그리고 시스템.

20대를 다루는 특별한 기술

명확한 선 긋기의 철학

김 마담이 20대 매니저들을 다루는 방식은 독특했다.

첫째 절대 친구가 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너희 엄마도 언니도 아니야. 나는 너희 보스야."

명확한 선 긋기. 이것이 그녀의 첫 번째 원칙이었다.

당근과 채찍의 절묘한 배분

둘째 당근과 채찍의 절묘한 배분.

어느 날 신입 매니저가 실수를 했다. 손님 주문을 잘못 받아 큰 트러블이 생겼다. 모두가 김 마담의 폭발을 예상했지만...

"괜찮아. 신입은 원래 실수하는 거야. 대신 다음엔 두 번 확인해."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경력자에겐 달랐다.

"너 몇 년 차야?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못해? 오늘 당장 짐 싸!"

차별적 대우. 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철저한 개인 관리

셋째 철저한 개인 관리.

"민지는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요즘 예민하니까 VIP 손님은 피하고 수연이는 이번 달 학비 때문에 돈 급하니까 팁 많이 주는 손님 위주로 배치해."

무서울 정도로 세밀한 관리였다.

그날의 사건 잊을 수 없는 장면

2018년 1월 어느 금요일. 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동산 개발업자 최 사장이 왔다. 단골 VIP 손님이었다. 그날따라 기분이 좋아 보였다. 큰 계약을 성사시켰다며 돈을 물 쓰듯 썼다.

담당 매니저는 유리였다. 23살 입사 6개월 차. 예쁘고 성격도 좋았지만 영업 센스가 부족했다.

밤 11시쯤 김 마담이 CCTV를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저 멍청한 X..."

김 마담이 직접 룸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유리를 복도로 끌고 나왔다.

"야! 최 사장이 지금 얼마나 기분 좋은지 안 보여? 왜 술을 안 빼? 오늘 같은 날 500은 기본이야!"

유리의 얼굴이 빨개졌다.

"죄... 죄송합니다. 근데 손님이 그만 마시고 싶다고..."

"그만 마시고 싶다고? 그건 립서비스야! 진짜 그만 마시고 싶으면 벌써 나갔겠지! 너 시급 받으러 다니니? 프로 의식이 없어?"

복도에 있던 다른 매니저들도 숨을 죽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10분간의 폭풍 같은 질책 후 유리는 울먹이며 다시 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법 같은 변화

유리가 다시 들어간 후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사장님~ 제가 아까는 기분이 안 좋아서... 이제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애교 섞인 목소리 달라진 태도. 최 사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 우리 유리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사장님이 오늘 큰 계약 하셨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축하 안 드려서 마담한테 혼났어요. 오늘은 제가 특별히 모실게요!"

그날 최 사장은 800만 원을 썼다. 평소의 3배였다.

새벽 2시 최 사장이 나간 후 김 마담이 유리를 불렀다.

"봐. 내가 왜 혼냈는지 알겠지? 오늘 너 팁만 100만 원 받았잖아."

유리가 고개를 숙였다.

"네... 감사합니다. 마담님."

"감사는 무슨. 너 실력이야. 난 그냥 깨워준 것뿐이야."

경험과 연륜의 힘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예측력

김 마담은 왜 그렇게 정확하게 상황을 읽었을까?

"20년 이상 이 일 하면 손님 표정만 봐도 알아. 지갑 두께 기분 상태 얼마나 쓸 수 있는지."

그녀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김 마담의 예측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저 손님은 최대 200까지야. 더 빼려고 하지 마."

"오늘은 저 손님한테 집중해. 1000은 나올 거야."

90% 이상 맞았다.

노하우는 공짜가 아니다

이런 노하우를 그녀는 절대 공짜로 가르치지 않았다.

"내가 20년 걸려서 배운 걸 왜 니들한테 공짜로 줘? 보고 배워. 그게 수업료야."

공포 정치인가 카리스마인가

김 마담의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어떤 매니저들은 "독재자" "악마" 라고 욕했다. 실제로 김 마담 때문에 그만둔 매니저도 많았다.

하지만 5년 이상 일한 베테랑들의 생각은 달랐다.

"마담님 아니었으면 나 진작 망했어. 엄격하지만 확실해."

실제로 김 마담 밑에서 제대로 배운 매니저들은 어디 가서도 인정받았다.

변화하는 시대와 관리법

넘을 수 없는 세대의 벽

하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20대 매니저들과 50대 마담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약해? 조금만 혼내도 울고불고."

"마담님은 우리를 이해 못 해요. 시대가 달라졌어요."

실제로 MZ세대 매니저들은 김 마담의 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인격 모독이에요. 돈 번다고 이렇게까지 당해야 하나요?"

2019년 한 매니저가 김 마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사건도 있었다. 결국 무혐의로 끝났지만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변화를 거부한 대가

2020년 코로나가 터졌다. 유흥업소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김 마담은 여전히 옛날 방식을 고수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 쥐어짜야 해! 손님 한 명이라도 놓치면 안 돼!"

하지만 매니저들의 반응은 달랐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만두겠습니다."

한 달 만에 매니저 절반이 나갔다. 신입은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2020년 말 그 텐카페는 문을 닫았다.

또 다른 마담의 성공 사례

같은 시기 같은 거리의 다른 텐카페.

그곳의 박 마담은 45살. 김 마담보다 어렸지만 접근법이 완전히 달랐다.

"너희가 행복해야 손님도 행복해. 강요하지 마. 스스로 하게 해."

박 마담은 매니저들을 '파트너'라고 불렀다.

"우리는 같이 일하는 거야. 나는 경험을 주고 너희는 젊음을 준다."

매출은 김 마담 가게보다 적었지만 이직률은 현저히 낮았다.

코로나 때도 버텼다. 매니저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을 삭감하자고 했다.

"마담님이 잘해주셨는데 이럴 때 우리가 도와야죠."

2024년 현재 그 가게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성공하는 리더십의 비밀

적당함의 미학

두 마담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적당함'은 있다.

너무 엄격하면 사람이 떠나고 너무 느슨하면 조직이 무너진다.

김 마담의 실패는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었다. 20년 전 방식을 2020년에도 고수했다.

박 마담의 성공은 유연함이었다. 원칙은 지키되 방법은 바꿨다.

현재의 풍경과 변화

2024년 현재 강남 유흥가의 풍경은 많이 바뀌었다.

50대 마담들은 여전히 있지만 예전 같은 독재자형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멘토형' 마담이 늘었다.

"요즘은 가르치는 것도 유튜브 보듯이 해야 해. 재미없으면 안 들어."

한 마담의 자조 섞인 농담이다.

20대 매니저들도 변했다.

"존중받으면서 일하고 싶어요. 돈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시대가 변했다. 사람도 변했다. 관계도 변했다.

교훈과 반성

김 마담 밑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

프로 의식 디테일의 중요성 손님 읽는 법.

하지만 잃은 것도 있었다.

인간적인 따뜻함 상호 존중 즐겁게 일하는 법.

지금 생각해보면 김 마담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25년간 남자들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독해져야 했을지도.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방법도 변해야 한다.

2024년 버전의 관리법

"적당히"

이 말처럼 어려운 말이 없다.

적당히 엄격하고 적당히 자유롭고 적당히 관리하고 적당히 놔두고.

그 균형을 찾는 사람이 성공한다.

김 마담은 그 균형을 놓쳤고 박 마담은 찾았다.

50대 마담과 20대 매니저.

세대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하지만 서로 필요한 존재다.

마담은 경험과 노하우를 매니저는 젊음과 에너지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할 때 진정한 시너지가 나온다.

독재가 아닌 리더십으로.

공포가 아닌 존경으로.

강요가 아닌 동기부여로.

그것이 2024년 버전의 '50대 마담의 20대 관리법'이어야 한다.

P.S. 김 마담은 현재 경기도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매니저가 아닌 커피를 만든다고. 가끔 옛 매니저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마담님 그때는 미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감사해요."

김 마담이 웃으며 답한다고 한다.

"나도 미안해. 그때는 그게 최선인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