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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TV를 죽였다는 얘기는 이제 뻔한 소리죠. 근데 제가 15년 동안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진짜 직격탄 맞은 건 TV가 아니라 유흥업소였다는 겁니다.
TV는 그래도 버티고 있잖아요? 넷플릭스랑 손잡고 유튜브에 클립 올리고 어떻게든 살 길 찾아가고 있습니다. 근데 유흥업소는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타격을 입었어요.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말이죠.
예상 못한 피해자: 유튜브가 바꾼 유흥업계
스마트폰 하나가 바꾼 금요일 밤
10년 전만 해도 금요일 저녁이면 다들 "오늘 어디 갈까?" 고민했습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집에서 TV 보기 친구 만나서 술 한잔 아니면 좀 특별하게 룸살롱이나 클럽. 이 정도였죠.
지금은 어떤가요? "오늘 뭐 볼까?"가 먼저입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몇 억 개 넷플릭스 시리즈는 주말 내내 봐도 끝이 안 나고. 굳이 비싼 돈 들여서 밖에 나갈 이유를 못 찾는 거예요.
실제로 저희 단골 손님 중에 30대 사장님이 계셨는데 요즘은 거의 안 오십니다. 물어봤더니 "집에서 유튜브 보면서 혼술하는 게 더 편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월 구독료 만 원이면 무제한인데 룸살롱 한 번 가면 최소 30만 원. 계산이 안 맞는다는 거죠.
댓글로 충족되는 소통 욕구
더 충격적인 건 사람들이 댓글 달면서 느끼는 소통이 실제 만남보다 편하다고 느낀다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유흥업소에서 대화하려면 일단 돈 들어가죠 시간 맞춰야 하죠 옷도 신경 써야 하죠. 근데 유튜브 댓글은?
팬티 바람으로 누워서 맘에 드는 영상에 "ㅋㅋㅋㅋ 개웃기네" 한 줄 쓰면 끝입니다. 좋아요 100개 받으면 그날 하루 기분 좋고. 싫으면 그냥 다른 영상 보면 되고. 이게 얼마나 편한데요.
코로나 때 이런 경향이 확 굳어졌습니다. 2년 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어? 굳이 나가서 사람 만날 필요 있나?" 싶어진 거예요. 특히 MZ세대는 아예 유흥업소를 구시대 유물 취급합니다.

알고리즘이 만든 편견의 늪
자극적인 것만 떠먹여주는 유튜브
유튜브 알고리즘의 문제가 뭔지 아세요? 자극적인 것만 계속 보여준다는 겁니다.
"룸살롱 바가지 실태" "호스트바 피해자 인터뷰" "유흥업소 폭력 사건"... 이런 영상들이 조회수 수백만을 찍습니다. 왜? 자극적이니까. 사람들이 클릭하니까.
근데 "평범하게 잘 운영되는 룸살롱 이야기"는요? 아무도 안 봅니다. 재미없으니까. 그래서 영상도 안 만들어지고요.
결과적으로 유튜브만 보는 사람들은 유흥업소 = 100% 나쁜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실제론 정상적인 업소가 90%인데도 말이죠.
댓글 지옥의 무서움
더 큰 문제는 댓글입니다. 한번 보세요 유흥업소 관련 영상 댓글을.
"저런 데 가는 놈들 이해 안됨 ㅋㅋ"
"돈 많은 꼰대들이나 가는 곳"
"21세기에 아직도 저런 문화가 있다니"
이런 댓글이 좋아요 수천 개 받고 베스트 댓글 됩니다. 그럼 또 비슷한 댓글이 줄줄이 달리고. 실제로 가봤 적도 없는 사람들이 마구 욕하는 거예요.
제일 억울한 건 반박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겁니다. "아니야 유흥업소도 나름 괜찮아"라고 댓글 달면? 바로 "업주냐?" "알바냐?" 공격 들어옵니다. 그냥 입 다물게 되는 거죠.

정보 투명성이 가져온 역설
똑똑해진 손님 힘들어진 장사
인터넷 덕분에 손님들이 엄청 똑똑해졌습니다. 예전엔 "강남 룸살롱 어디가 좋아요?" 물어봐도 아는 사람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네이버에만 검색해도 다 나옵니다.
가격 비교? 당연하죠. 서비스 후기? 넘쳐납니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오늘 A업소 별로임" 같은 정보가 오픈채팅방에서 돌아요.
이게 손님한테는 좋은데 저희 입장에선 죽을 맛입니다. 조금만 비싸도 "옆집은 더 쌌던데?" 하고 서비스가 조금만 부족해도 바로 악평 올라갑니다.
가격 경쟁만 치열해지고 서비스 질은 오히려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 거죠.
신규 손님? 그게 뭔가요?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손님이 안 온다는 겁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 젊은 친구들이 와야 하는데 이들은 유튜브에서 본 무서운 이야기들 때문에 아예 근처도 안 옵니다. 호기심? 그런 거 없어요. "그 돈이면 PS5 산다" "여행 간다" 이러면서 아예 관심을 끊습니다.
가끔 회사 회식으로 억지로 끌려오는 친구들 있는데 표정 보면 알아요. '내가 왜 여기 있지?' 이런 표정. 돈 쓰는 것도 아까워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합니다.
예전엔 선배가 "한 번 가보자" 하면 따라갔는데 지금은 "저는 됐습니다" 하고 거절합니다. 왜? 유튜브에서 봤으니까. 안 좋은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있으니까.

마케팅?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유튜브가 막는 홍보
다른 업종 보세요. 식당 카페 호텔... 다 유튜버 불러서 홍보합니다. 효과도 좋고요.
근데 유흥업소는? 절대 안 됩니다.
일단 유튜브가 성인 콘텐츠 올리면 바로 제재합니다. 연령 제한 걸리고 광고 수익 차단되고 심하면 채널 정지까지. 유튜버들이 다룰 이유가 없죠.
설령 누가 용감하게 "룸살롱 솔직 리뷰"를 올린다? 댓글 테러 시작됩니다. "돈 받고 홍보하냐" "더러운 문화 조장하지 마라"... 싫어요만 몇 천개 박힙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예요. 광고 집행하려고 하면 거부당합니다. 계정 만들어도 신고 들어와서 정지당하기 일쑤고요.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아날로그 전단지나 돌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입소문의 시대는 끝났다
예전엔 입소문이면 충분했습니다. 좋은 서비스 제공하면 손님이 손님을 데려왔으니까요.
지금은? 온라인 악평 하나가 입소문 100개를 이깁니다.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저희 옆 업소인데 손님 한 명이랑 작은 다툼이 있었어요. 그 손님이 온라인에 악평을 도배했는데 6개월 만에 폐업했습니다.
반대로 평범한 업소가 인플루언서 한 명 다녀갔다고 갑자기 핫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근데 유흥업소는 이런 행운을 기대하기 어렵죠. 인플루언서들이 언급 자체를 안 하니까.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유튜브로 못 보여주는 걸 보여주자
역설적이지만 유튜브가 못 보여주는 게 우리의 무기입니다.
화면으로는 절대 전달 안 되는 현장의 분위기 라이브 음악의 진동 직접 만나서 느끼는 사람의 온기. 이런 걸 극대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최근에 미슐랭 출신 셰프를 영입했습니다. 그냥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다이닝을 즐기는 거죠. 소믈리에가 와인 설명해주고 바텐더가 칵테일 쇼 하고. 이건 유튜브로 절대 못 느껴요.
개인 맞춤 서비스도 중요합니다. 단골 손님 생일엔 깜짝 케이크 준비하고 좋아하는 술 미리 준비해두고. 이런 세심함은 AI가 못 따라합니다.
미래는 어떻게 될까
웃긴 얘기 같지만 진지하게 준비 중입니다. 가상공간 유흥업소요.
집에서 VR 쓰고 접속하면 아바타로 만나서 술 마시고 대화하는 거죠. 현실보다 더 화려하게 꾸밀 수 있고 익명이라 부담도 없고.
일본에선 이미 가상 호스트클럽이 인기래요. 한국도 곧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AI 매니저도 머지않았습니다. 손님 기분 파악해서 음악 틀어주고 대화 주제 추천하고 술도 추천하고.
좀 씁쓸하긴 한데 어쩔 수 없는 흐름인 것 같아요. 사람 대신 AI가 일하는 시대니까.
15년 전 이 일 시작할 때만 해도 유튜브가 우리 업계를 이렇게 바꿀 줄은 몰랐습니다.
TV를 죽인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유흥업소가 더 큰 타격을 받았어요. 젊은 층은 아예 오지도 않고 온라인엔 악평만 가득하고 홍보는 하고 싶어도 못하고.
그래도 포기할 순 없죠. 시대가 바뀌면 우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유튜브가 못하는 걸 하고 새로운 기술도 받아들이고.
솔직히 앞으로 10년 후엔 유흥업소가 어떤 모습일지 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도 있죠.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형태는 바뀌어도 본질은 남을 거라고 믿습니다.
유튜브가 우리를 죽이려 했지만 우린 살아남을 겁니다. 다르게 더 똑똑하게.